반항이 아니라 독립의 시작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짜증이 늘고 부모를 멀리하는 걸 두고 버릇없어졌다고 해석하기 쉽지만, 사실 이건 부모에게서 떨어져 독립된 자기를 만들어가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입니다. 아이의 뇌가 급격히 바뀌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자기만의 세계가 중요해지는 시기라, 방문을 닫고 친구를 부모보다 우선하는 건 정상적인 발달이지 부모를 미워해서가 아닙니다.
이걸 반항으로만 받아들여 기싸움으로 맞서면 아이는 더 강하게 밀어내는데, 아 이제 이만큼 컸구나 하고 한 발 물러서 주면 오히려 아이가 먼저 다가옵니다. 사춘기의 짜증과 거리 두기는 나를 인정해달라는 신호이기도 해서, 그 마음을 읽어주는 부모와는 관계가 끊기지 않습니다.
빨라진 사춘기의 신호
요즘은 초등 중학년부터 사춘기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외모에 신경 쓰고, 부모의 간섭을 싫어하고, 친구와의 관계에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몸의 변화까지 일찍 오는 아이도 있어서, 이런 변화에 아이 스스로도 당황하고 불안해한다는 걸 부모가 알아주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신체 변화가 또래보다 눈에 띄게 빠르면 아이가 위축되거나 놀림을 받을 수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데, 이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네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신호라고 자연스럽게 알려주면 아이가 안심합니다. 사춘기 신호를 문제로 보지 말고 성장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출발점입니다.
이 시기 부모가 지켜야 할 거리
사춘기 아이를 대하는 핵심은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건데, 너무 파고들면 숨 막혀 하고 너무 놓으면 외로워하니 멀어지되 끊기지는 않는 거리를 유지하는 게 기술입니다. 시시콜콜 캐묻지 말고 아이가 말하고 싶을 때 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신호만 보내주면, 아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부모를 찾습니다.
그리고 사춘기일수록 잔소리보다 인정이 힘이 센데,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선택권을 주면 아이는 존중받는다고 느껴 마음을 엽니다. 빨라진 사춘기에 부모가 당황해 통제를 강화하면 역효과만 나니, 아이를 작은 어른으로 대접하는 연습을 시작하는 게 이 시기를 잘 넘기는 길이고, 만약 아이가 눈에 띄게 우울하거나 위험한 신호를 보인다면 주저 말고 전문 상담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말씀을 드리면, 사춘기에 거리를 두던 아이도 부모와의 관계가 끊기지만 않으면 그 시기를 지나 다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지금 방문을 닫고 짜증을 내는 모습이 영영 그럴 것 같아 서운하시겠지만, 이건 통과하는 터널이지 도착지가 아닙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화를 참지 못하고 모진 말을 쏟아내면 그 상처가 관계에 오래 남으니, 욱하는 순간일수록 한 박자 쉬고 나중에 차분히 이야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국 사춘기를 잘 넘기는 비결은 아이를 바꾸는 게 아니라 부모가 먼저 한 걸음 성숙해지는 것이고, 그렇게 곁을 지켜준 부모를 아이는 평생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