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칭찬이 독이 되는가
부모님들은 칭찬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 믿고 계시지만, 발달 연구로 확인되는 현실은 조금 다른데, 문제가 되는 건 칭찬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향한 칭찬이냐는 점입니다. "넌 정말 똑똑해" "역시 천재야" 같은 말은 듣는 순간엔 아이를 환하게 만들지만, 이 말은 아이의 머릿속에 '나는 똑똑해야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조건을 심어 놓기 때문에, 아이는 똑똑함이 흔들릴 만한 어려운 문제 앞에서 본능적으로 도망치게 됩니다. 틀리는 순간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아서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것이지요.
앞서 언급한 캐럴 드웩 교수의 연구가 교육 현장에서 오래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능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쉬운 과제를 골라 자기 이미지를 지키려 한 반면, 노력과 과정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더 어려운 과제에 기꺼이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붙는 회복력을 보였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즉 같은 칭찬이라도 어디를 비추느냐에 따라 아이를 도전하는 사람으로 키우기도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뜻이어서, 저는 부모님께 칭찬을 줄이라는 말이 아니라 칭찬의 조준점을 바꾸시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결과 칭찬'에만 익숙해진 아이는 시험 점수, 상장, 등수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면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렇게 외부의 평가에 자존감을 통째로 맡겨 버린 아이일수록 사춘기에 접어들며 작은 좌절에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존감은 결국 '결과와 상관없이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감각인데, 결과만 칭찬받은 아이에게는 바로 그 감각이 자라날 자리가 없는 셈입니다.
제대로 칭찬하는 법 — 과정과 구체성
그렇다면 어떻게 칭찬해야 할까요. 제가 부모님들께 가장 먼저 권하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고, 두루뭉술한 평가 대신 구체적인 사실을 말로 비춰 주는 방식입니다. "잘했어" 한마디 대신 "어제 막혔던 문제를 포기 안 하고 세 번이나 다시 풀더라"라고 말해 주면,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서 거기까지 왔는지를 스스로 인식하게 되고, 그 인식이 다음번에도 같은 노력을 반복하게 만드는 진짜 동기부여가 됩니다. 칭찬은 아이의 행동에 거울을 비춰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래 표는 상담에서 부모님과 함께 자주 연습하는 칭찬 전환의 예시인데, 같은 상황에서 말 한마디만 바꿔도 아이가 받아들이는 메시지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 상황 | 흔히 하는 말 | 자존감을 키우는 말 |
|---|---|---|
| 시험을 잘 봤을 때 | "역시 똑똑해" | "매일 조금씩 공부한 게 결과로 나왔네" |
| 그림을 그렸을 때 | "우와 잘 그렸다" | "하늘색을 이렇게 섞을 생각을 했구나" |
|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 "천재네 천재" | "중간에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했구나" |
| 결과가 아쉬울 때 | "괜찮아 다음엔 잘하겠지" | "이번에 어디가 어려웠는지 같이 볼까" |
한 가지 더 당부드리고 싶은 건 칭찬의 빈도에 대한 것인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잘했어"를 남발하면 그 말은 점점 가벼워져서 아이에게 아무런 울림도 주지 못하게 됩니다. 사소한 일까지 모두 칭찬하기보다, 아이가 정말로 애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비춰 주는 한 번의 칭찬이 훨씬 깊게 남아서, 저는 이것을 '양보다 정확도'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억지로 "괜찮아"라고 덮기보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말이 오히려 자존감을 지켜 준다는 점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훈육과 자존감은 충돌하지 않는다
자존감을 강조하면 많은 부모님이 "그럼 혼내면 안 되는 거냐"고 물으시는데, 이 지점에서 큰 오해가 생깁니다. 자존감을 지키는 양육은 잘못을 눈감아 주는 양육이 아니라, 행동과 사람을 분리해서 다루는 양육이어서, 오히려 명확한 훈육이 있어야 아이의 자존감이 단단해집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나 교육 현장의 여러 보고가 공통적으로 짚는 부분도 결국 '일관성 있는 한계 설정이 아이의 정서 안정에 기여한다'는 방향인데, 규칙과 한계가 분명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세상을 더 안전하게 느끼고 자기 조절력도 더 잘 키워 나가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잘못을 지적할 때 "너는 왜 맨날 이래" "넌 안 되겠다"처럼 아이의 존재 자체를 겨냥하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잘못이라도 "동생을 때린 건 잘못된 행동이야"라고 행동에 한정해 말하면 아이는 자기 행동을 고칠 수 있다고 느끼지만, "넌 왜 그렇게 못됐니"라고 사람을 향해 말하면 아이는 자기를 바꿀 수 없는 나쁜 아이로 규정해 버리고 수치심만 남게 됩니다. 죄책감은 행동을 바꾸게 하지만 수치심은 사람을 숨게 만든다는 것이 정서 연구의 오랜 결론이라서, 훈육의 화살은 늘 행동을 향해야 합니다.
저는 부모님들께 훈육의 세 가지 원칙을 권하는데, 첫째는 감정이 격해진 순간 즉시 야단치기보다 부모가 먼저 호흡을 고른 뒤 말하는 것이고, 둘째는 '안 되는 것'의 기준을 부모가 그날 기분에 따라 바꾸지 않는 일관성이며, 셋째는 야단친 뒤 반드시 "그래도 엄마 아빠는 너를 사랑한다"는 관계의 회복으로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지켜지면 아이는 혼나도 버림받는다고 느끼지 않아서, 훈육과 자존감이 충돌하기는커녕 서로를 받쳐 주는 관계가 됩니다.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작은 습관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실제 상담에서 부모님이 바꾸는 건 거창한 양육관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말 몇 마디입니다. 당장 오늘 저녁부터 "잘했어" 대신 아이가 한 행동을 한 문장으로 묘사해 보시고, 점수를 묻기 전에 "오늘 가장 재밌었던 게 뭐였어"라고 과정을 먼저 물어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부모를 대하는 표정이 며칠 안에 달라지는 걸 느끼실 겁니다.
무엇보다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건, 자존감의 뿌리는 결국 '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이유로 사랑받는다'는 감각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무것도 잘하지 않은 평범한 날에도, 잘못을 저질러 혼이 난 날에도, 부모가 변함없이 곁에 있어 준다는 경험이 쌓일 때 아이의 자존감은 어떤 칭찬보다 깊고 단단하게 자랍니다. 칭찬은 그 위에 더해지는 거름일 뿐, 뿌리 자체는 조건 없는 사랑과 일관된 신뢰에서 자란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