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멀어지게 만드는 흔한 장면들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님이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 거꾸로 독이 된 경우가 많은데, 아래는 도서관에서 제가 가장 자주 보는 패턴입니다. 하나하나 보면 분명 아이를 위한 행동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책을 멀리할 이유가 차곡차곡 쌓이는 셈입니다.
| 부모의 행동 (좋은 의도) |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 |
|---|---|
| "한 권 다 읽어야 게임" | 책 = 게임 전에 치르는 벌칙 |
| 줄거리 묻고 독후감 시키기 | 책 = 끝나면 시험 보는 것 |
| 학년 권장도서만 사주기 | 책 = 내가 고른 게 아닌 남의 숙제 |
| 만화·그림책 못 읽게 함 | 책 = 재미있으면 안 되는 것 |
특히 마지막, 만화책을 빼앗는 일은 정말 안타까운데, 읽기에 막 재미를 붙인 아이에게 학습만화나 그림책은 '얕은 책'이 아니라 글밥 많은 책으로 건너가는 다리이기 때문입니다. 독서교육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글자 수보다 읽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이 먼저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책벌레가 된 아이들 집의 공통점
반대로 스스로 도서관을 찾고 쉬는 시간마다 책을 끼고 사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의 가정을 오래 관찰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첫째, 부모가 옆에서 자기 책을 읽고 있었는데, 아이에게 읽으라고 말하는 대신 부모가 소파에서 책을 펴는 집의 아이들은 책 읽는 일을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둘째, 아이가 직접 책을 골랐는데, 권장도서 목록이 아니라 표지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고른 책이라도 끝까지 존중해 줬습니다. 셋째, 읽고 나서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는데, 줄거리도 교훈도 묻지 않고 그저 재미있었냐는 한마디로 끝냈습니다.
결국 핵심은 양이 아니라 태도인데, 하루 다섯 쪽이라도 아이가 스스로 책을 펴서 웃으며 읽는다면 억지로 채운 30분보다 훨씬 멀리 갑니다. 읽는 즐거움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맛본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음 책을 찾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거창한 독서 계획표는 필요 없고, 당장 내일부터 이 정도만 바꿔도 충분합니다. 우선 저녁에 부모가 먼저 책을 펴시는 것이 좋은데, 잔소리보다 등을 보여주는 편이 백 배 빠릅니다. 다음으로 주말마다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무엇이든 직접 고르게 하시길 권하는데, 만화여도 같은 책을 열 번째 빌려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다 읽은 책에 대해 아무것도 검사하지 마시길 바라는데, 책을 덮는 순간 아이 머릿속에는 이미 충분한 것이 남아 있습니다.
스무 해 동안 지켜본 결론은 분명한데, 책 안 읽는 아이는 없고 다만 책이 즐겁다는 사실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아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 첫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은 비싼 전집이 아니라, 책을 과제에서 놀이로 되돌려주는 부모의 작은 태도 변화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