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껴 쓰기로는 절대 안 늘까
받아쓰기를 못하는 아이에게 부모님이 가장 먼저 시키는 게 같은 문장을 공책에 열 번 스무 번 베껴 쓰게 하는 건데, 이건 손만 아프고 머리는 쉬는 최악의 방법입니다. 베껴 쓸 때 아이의 눈은 정답을 그대로 보고 손이 따라 그리는 것뿐이라, 정작 시험에서 소리만 듣고 글자를 떠올려야 할 때는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받아쓰기의 본질은 소리를 글자로 바꾸는 능력이고, 여기서 막히는 지점은 거의 정해져 있는데 바로 받침과 띄어쓰기입니다. 사과를 사가로, 먹었어요를 머거써요로 쓰는 아이는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지 틀린 게 아니라 규칙을 아직 안 배운 것뿐이라, 베껴 쓰기 백 번보다 왜 그렇게 쓰는지를 한 번 이해시키는 쪽이 훨씬 빠릅니다.
받침부터 잡아야 점수가 오릅니다
받아쓰기에서 틀리는 글자의 대부분은 받침이라서, 받침만 제대로 잡아도 점수가 절반 이상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효과적인 방법이 소리를 길게 늘여서 받침을 들려주는 건데, 예를 들어 산을 사안, 강을 가앙처럼 끝소리를 길게 끌어주면 아이가 마지막에 ㄴ이나 ㅇ 소리가 숨어 있다는 걸 스스로 알아챕니다.
특히 ㄲ, ㅋ 같은 거센소리나 ㄳ, ㄺ 같은 겹받침은 1, 2학년에게 가장 어려운 구간이라 한꺼번에 가르치면 무너지기 쉬운데, 받침을 ㄱ ㄴ ㄷ ㄹ ㅁ ㅂ ㅇ 일곱 개 기본부터 일주일에 한두 개씩 나눠서 익히게 하면 아이가 부담 없이 따라옵니다. 받침이 같은 단어끼리 묶어서 연습시키는 것도 좋은데, 산 손 문 눈처럼 ㄴ받침 단어만 모아 들려주면 규칙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습니다.
| 자주 틀리는 유형 | 아이가 쓰는 것 | 잡는 법 |
|---|---|---|
| 받침 빠짐 | 사과→사가, 산→사 | 끝소리 길게 늘여 들려주기 |
| 거센소리 받침 | 부엌→부억 | ㅋ ㅌ ㅍ 받침 따로 묶어 연습 |
| 겹받침 | 닭→닥, 값→갑 | 마지막에·천천히·한 글자씩 |
| 소리대로 적음 | 먹었어요→머거써요 | 원래 글자 모양 보여주며 비교 |
띄어쓰기는 이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띄어쓰기는 어른도 헷갈리는 영역이라 1, 2학년에게 모든 규칙을 가르치려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데, 이 시기엔 딱 한 가지, 도와주는 말 앞에서 띄어 쓴다만 잡아주면 충분합니다. 사과를, 학교에, 친구와처럼 이름 뒤에 붙는 을 를 이 가 에 와 같은 말은 붙여 쓰고, 먹어요 가요 놀아요 같은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 앞에서 한 칸 띄운다는 감각만 들어도 받아쓰기 문장에서 띄어쓰기를 거의 맞힙니다.
이걸 설명으로 가르치면 아이가 졸기 때문에, 손가락으로 한 칸씩 짚으며 사과를 먹어요를 끊어 읽어주는 식으로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게 좋습니다. 띄어쓰기를 틀려도 글자는 다 맞았다면 그건 거의 다 온 거니까 크게 혼내지 말고, 여기서 한 칸이라고 짚어주기만 해도 다음번엔 맞힙니다.
집에서는 매일 5분, 이 순서로
받아쓰기는 몰아서 한 시간 하는 것보다 매일 5분씩 꾸준히 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글자와 소리의 연결이 짧고 자주 반복할 때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지기 때문입니다. 순서는 간단해서, 먼저 부모님이 문장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주고 아이가 받아쓴 다음, 틀린 글자만 빨간 펜으로 표시하고 왜 그런지 한 번 설명해주면 끝입니다.
이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게 다 틀렸네 하며 한숨을 쉬는 건데, 받아쓰기는 점수가 그대로 드러나는 과목이라 아이가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그날로 받아쓰기를 싫어하게 됩니다. 틀린 곳보다 맞은 곳을 먼저 칭찬하고, 어제는 셋 틀렸는데 오늘은 둘이네 하고 어제의 자신과 비교해주면 아이가 스스로 더 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소리를 들려주고 자동으로 채점해주는 받아쓰기 연습 도구도 있어서 부모님이 매번 문장을 불러주기 어려울 때 활용하면 아이 혼자서도 매일 연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꼭 기억하셔야 할 게, 받아쓰기 점수는 그 주의 컨디션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점입니다. 지난주에 100점이던 아이가 이번 주에 갑자기 60점을 받아와도 그건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단어가 어려워졌거나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 번의 점수에 일희일비하면 아이도 부모도 지칩니다. 받아쓰기는 한 학기, 일 년 단위로 길게 보면 분명히 우상향하는 영역이니, 이번 주 점수보다 매주 꾸준히 연습하는 습관 자체에 칭찬을 몰아주는 편이 결국 가장 높은 점수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