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 줄밖에 못 쓸까
아이가 오늘은 재미있었다 한 줄로 끝내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인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없으니 가장 무난한 문장으로 도망치는 겁니다. 이때 더 써, 길게 써 하고 분량을 요구하면 아이는 더 막막해질 뿐이라, 분량을 늘리라고 다그치는 대신 떠오르게 도와주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재미있었다고만 쓴 아이에게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그때 기분이 어땠어, 누구랑 같이 했어 하고 물어보면 아이 입에서 구체적인 이야기가 줄줄 나오는데, 그 말을 그대로 적으면 된다고 알려주면 한 줄이 다섯 줄이 됩니다. 글쓰기는 쓰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떠올리는 능력의 문제라, 질문이 곧 마중물입니다.
독서록은 줄거리를 베끼는 게 아닙니다
독서록을 쓸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책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베끼는 건데, 이건 사실 독서록이 아니라 요약 노동이라 아이도 지치고 남는 것도 없습니다. 독서록의 핵심은 줄거리가 아니라 내 생각이라서,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지,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한 가지만 깊게 쓰는 편이 훨씬 좋은 글입니다.
그래서 독서록을 시킬 때는 책 전체를 요약하지 말고 가장 마음에 남은 한 장면만 골라서 쓰라고 방향을 잡아주면 아이의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책 한 권에 거창한 교훈을 억지로 끌어내라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 이 부분이 무서웠다, 이건 좀 이상했다 같은 진짜 반응을 쓰게 해주면 그게 살아 있는 독서록입니다.
매일 칭찬받는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한데, 자기가 쓴 글로 칭찬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됩니다. 맞춤법이나 분량을 지적하기 전에 이 표현 재밌다, 엄마는 이 부분이 마음에 든다 하고 내용을 먼저 알아주면, 아이는 글쓰기가 자기를 표현하고 인정받는 즐거운 일이라고 느끼게 됩니다.
주제를 정해주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오늘 있었던 일이라는 막연한 주제보다 가장 화났던 순간, 갖고 싶은 것 한 가지처럼 구체적이고 아이가 할 말이 많은 주제를 주면 글이 술술 나옵니다. 글쓰기는 몇 년에 걸쳐 천천히 자라는 능력이니 오늘 잘 쓰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쓰는 습관과 쓰는 게 즐겁다는 기억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하시면 됩니다.
한 가지 더 보태면, 부모가 함께 짧게라도 써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의외로 큰 힘이 됩니다. 아이에게만 일기를 쓰라고 하고 부모는 옆에서 휴대폰만 보고 있으면 아이는 글쓰기를 자기만 하는 숙제로 여기지만, 부모도 한두 줄 자기 하루를 적는 모습을 보이면 글쓰기가 어른도 하는 자연스러운 일로 다가옵니다. 가족이 일주일에 한 번 각자 쓴 글을 가볍게 나눠 읽는 시간을 가지는 집도 있는데, 이렇게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반응을 얻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쓰는 이유를 스스로 느끼게 되고, 그때부터 글쓰기는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