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는 방식이 잘 안 되는 이유
스마트폰과 게임을 두고 부딪힐 때 부모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못 하게 막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이 잘 통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빼앗으면 아이는 그 시간을 자기 의지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안 볼 때 몰래 하거나 빼앗긴 만큼 더 집착하게 되기 쉽습니다. 막아도 친구들과의 대화나 놀이가 대부분 휴대폰 안에서 이루어지는 요즘이라 완전히 차단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고, 무엇보다 매번 빼앗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집니다. 방학 한 달 내내 같은 일로 부딪히다 보면 정작 중요한 공부나 생활 리듬 이야기는 꺼내기도 전에 사이가 틀어져 버립니다. 게다가 화면을 줄인다고 그 시간이 자동으로 공부로 채워지는 것도 아니라서, 막기만 하고 무엇으로 대체할지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아이는 그저 심심해하다 다시 화면을 찾게 됩니다.
그래서 효과적인 접근은 통제의 주체를 부모에서 아이 쪽으로 조금씩 옮기는 데 있습니다. 핵심은 빼앗기가 아니라 약속입니다. 하루에 얼마나, 언제 할지를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정하면, 같은 시간이라도 아이는 그것을 자기가 받아들인 규칙으로 여겨 훨씬 잘 지킵니다. 예컨대 해야 할 공부와 정해진 일과를 마친 뒤에 일정 시간 게임을 하기로 순서를 정해 두면, 화면 시간이 할 일을 미루는 도피처가 아니라 하루를 마무리하는 보상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시간뿐 아니라 장소도 함께 정해, 잠들기 직전과 잠자는 공간에서는 화면을 멀리하기로 약속하면 수면 리듬까지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 아래는 자주 부딪히는 방식과 오래 가는 방식을 견주어 본 것입니다.
| 상황 | 갈등을 키우는 방식 | 오래 가는 방식 |
|---|---|---|
| 시간 결정 | 부모가 일방적으로 통보 | 아이와 함께 정해 약속 |
| 순서 | 아무 때나·할 일 미룸 | 할 일 마친 뒤 보상으로 |
| 잠자기 전 | 침대에서 계속 화면 | 잠자리·취침 전 화면 멀리 |
| 부모 역할 | 감시·빼앗기 | 약속 지키게 돕기 |
화면을 줄이려면 대신할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약속을 정했다면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화면이 아닌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입니다. 아이가 게임과 영상에 매달리는 데에는 그만큼 재미있고 손쉬운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방학에 운동이나 바깥 활동, 같이 하는 나들이나 가벼운 취미처럼 화면 말고도 즐거운 시간이 하루 안에 들어 있으면 자연스럽게 화면에 쓰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할 일과 화면뿐인 단조로운 하루라면 아이는 결국 더 자극적인 화면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화면 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보다, 화면 말고 무엇을 할지를 함께 채워 넣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시면 한결 수월합니다. 무엇을 빼느냐가 아니라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결국 방학의 하루를 가릅니다.
마지막으로 부모 자신의 모습도 한 번 돌아보시길 권합니다. 아이에게는 화면을 줄이라고 하면서 정작 부모가 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 그 말은 힘을 잃습니다. 식사 시간만이라도 온 가족이 화면을 내려놓는다든지, 정해 둔 시간에는 부모도 함께 휴대폰을 멀리하는 식으로 같은 약속을 나누면 아이는 통제받는다는 느낌보다 함께 지킨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날이 와도 너무 몰아세우지 마시길 권하는데요. 한 번 어겼다고 약속 전체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다음 날 다시 정한 대로 돌아오면 됩니다. 방학 내내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화면을 스스로 조절하는 연습을 한 달 동안 쌓아 가는 것이 진짜 목표라는 점만 기억하시면, 빼앗기로 시작했던 실랑이가 함께 정하는 약속으로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